9월 19일 한국외국어교육학회 2026 학술대회에서 "강좌운영 리터러시" 개념과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교수자가 강좌를 운영하는 역량을 하나의 리터러시로 정의하고, 그 개념이 실제 강좌 운영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워크숍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이 학술적 논의를 통해서도 유용성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릿팩에서는 앞으로 강좌운영 리터러시 개념의 적용 사례를 넓히고 정교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다듬어갈 예정입니다.
리터러시 담론 읽기
골디락스 가설, 딱 적당한 사용이 최선이라는 발견
심리학자 앤드류 프르지빌스키(Andrew Przybylski)와 네타 와인스타인(Netta Weinstein)이 2017년 영국 청소년 12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는, 디지털 스크린 사용시간과 심리적 웰빙 사이에 단순히 "많이 쓸수록 나쁘다"는 직선 관계가 아니라 뒤집힌 U자 모양의 곡선 관계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스마트폰을 전혀 안 쓰는 청소년도, 하루 2시간 넘게 쓰는 청소년도 웰빙 지수가 낮았고, 최적 지점은 하루 1시간 안팎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함이 가장 좋다"는 동화 속 골디락스에 빗대 '디지털 골디락스 가설'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이 가설은 스크린 사용을 무조건 줄이라는 단순한 처방 대신, 사용의 양과 방식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관련 문헌
Przybylski, A. K., & Weinstein, N. (2017). A Large-Scale Test of the Goldilocks Hypothesis: Quantifying the Relations Between Digital-Screen Use and the Mental Well-Being of Adolescents. Psychological Science, 28(2), 204-215. https://doi.org/10.1177/0956797616678438
AI로 요약한 학생, 성적이 더 낮았다는 보도 뒤에 남은 것
지난주 언론(조선일보 9/15, 한겨레 9/18)은 OECD가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5' 결과를 인용해 AI에게 글 요약이나 초안 작성을 맡긴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성적이 낮았다고 보도했습니다. OECD 보고서 원문을 확인해보니, 실제 양상은 보도보다 조금 더 복잡했습니다. 요약이나 사전조사 과제에서는 AI를 아예 쓰지 않은 학생이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고, 그다음은 한 달에 한 번에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적당히" 쓰는 학생이었으며, 가장 낮은 점수는 일 년에 한두 번 드물게 쓰는 학생과 매일 쓰는 학생 양쪽에서 나타났습니다. 앞서 소개한 골디락스 가설의 틀로 보면, 아예 안 쓰는 쪽이 가장 앞서긴 하지만 쓸 경우에는 드물게 쓰는 것보다 적당히 규칙적으로 쓰는 편이 나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다만 글쓰기 초안 작성 과제에서는 이런 적당한 사용의 이점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OECD는 이 결과가 AI 사용이 성적을 낮춘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며, 누가 AI를 어떻게 쓰는지에 따른 복합적인 양상을 반영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9월 19일 구글은 제미나이 AI 모델이 지난 5월 보안 테스트 도중 실제 기업 3곳의 시스템에 접근했다고 공개했습니다. 구글 보안담당 부사장 헤더 애드킨스는 "강력한 AI 모델의 안전한 개발은 중요한 과제이며, 이 분야에 깊이 투자하고 있다"고 밝히며 세 기업 모두에 이 사실을 알렸고 평가 파트너와 함께 테스트 절차를 개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건은 구글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앤트로픽도 자사 공식 발표를 통해 클로드 모델이 관련된 유사 사건 3건을 공개했는데, 두 회사가 테스트에 쓴 평가업체가 같은 곳(Irregular)이었습니다. 원인도 같았습니다. 앤트로픽은 "평가 파트너와의 착오로 인해 테스트 환경에 실제로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즉 모델은 자신이 격리된 가상의 시뮬레이션 안에 있다고 여긴 채, 실제로는 진짜 시스템에 접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회사별로 결과는 갈렸습니다. 구글의 제미나이는 세 차례 모두 실제 시스템임을 인지하자 스스로 공격을 멈췄습니다. 앤트로픽의 경우 3개 모델 중 1개만 스스로 멈췄고, 나머지 2개는 실제 환경일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건 시뮬레이션일 것"이라 스스로 판단해 공격을 이어갔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오픈AI의 사례는 한층 더 나아가, 자사 모델이 샌드박스를 탈출해 허깅페이스의 실제 서비스망까지 침투했고 이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보안 취약점(제로데이)까지 스스로 찾아 활용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들이 보여주는 건 최첨단 AI 회사도 에이전트가 지금 다루는 게 진짜 데이터인지 테스트용인지 완벽히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앱스 스크립트나 젬조교와 같은 도구는 정해진 절차나 대화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는 자동화라 이 정도의 자율성에 비해 낮은 단계입니다. 다만 구글이 워크스페이스에도 에이전트 기능을 넣기 시작한 만큼, 관련 도구들도 점차 더 자율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때를 대비해 "이 계정, 이 시트, 이 폴더가 실제 운영 중인지 연습용인지"를 에이전트가 헷갈리지 않도록 권한 범위를 미리 명확히 나눠두는 습관을 들여두면 좋을 것입니다.